소태산은 재가나 출가, 멀고 가까움 등과 관련 없이 자신과 교단의 일에 거역하지 않고, 고락을 같이 하는 이들이 자신의 적통 정맥을 받아 영원히 갈리지 않을 혈통제자가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들은 수첩에 필기하여 두었다가 자신이 죽더라도 이들은 제자 적통에 올리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수첩이 교단 역사의 기록물을 뜻한다고 할 때, 교단사적 측면에서 창립유공인들을 기록하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입니다. 이는 곧 소태산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구타원은 소태산의 말에 충실히 따랐습니다. 그는 원불교 정녀들의 노후 마련에 힘썼으며, 창립 유공인 역사를 결국 완성해 내었습니다. 구타원은 스스로의 교단사에 대한 투철한 인식 외에도, 소태산의 당부를 마음에 품고 수십 년간 힘을 쓴 끝에 『원불교 제1대 창립유공인 역사』를 자비로 편찬·출간해 낸 것입니다.
이 책 서문에 제생의세(濟生醫世)의 거룩한 회상이 열릴 때는 법의 주인뿐 아니라 그 교화를 널리 선양하고 법을 크게 호위할 사업의 주인이 있다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창립한도 제1대에서 입등(入等)한 유공인 1,756인을 다루었습니다. 1,756명이라는 방대한 제1대 원불교 유공인의 이름과 공적을 어떻게 밝혔을까요? 범례를 보면 교단 초창기부터 「전무출신(專務出身) 약력(略曆)」, 「거진출진(居塵出塵) 약력(略歷)」의 기록에 근거한 것이라 합니다. 여기서 ‘전무출신’이란 원불교 출가 교역자를 말하는 것이고, ‘거진출진’은 원불교 재가교도를 뜻합니다. 이 공적의 세부내용에는 원성적(元成績, 교도의 공부 및 사업성적을 합한 종합성적), 사진, 법호, 법명, 속명, 단명, 단위, 성별, 생년월일, 출생지, 현주소, 입교연월일, 열반연월일, 열반지, 나의 지도인, 나의 연원수, 부모, 배우자, 생자녀, 학력, 육친혜수, 솔성, 전무출신종별, 전무출신기별, 교직연보 등의 정보가 빼곡이 기입되어 있으며, 뒤에 약력이 실려 있습니다. 과연 창립유공인을 기록하고 기억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잘 드러납니다. 이같은 엄정한 기록의식은 다른 교단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종류라 하겠습니다.
1988년 1월 21일 중앙문화원에서 실시된 제2회 원불교출판문화대상에서 구타원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원불교 제1대 창립유공인 역사』로 대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구타원은 상금 전액을 원불교출판문화대상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다시금 주최 측에 희사하였습니다. 모자이크 조각들이 모여 전체상이 됩니다. 『원불교 제1대 창립유공인 역사』는 초기교단의 수많은 인물들을 통해서 모자이크와 같이 초기교단사의 큰 상을 그려볼 수 있게 하는, 절대 흔들리지 않을 굳건한 뿌리와 같은 기록입니다.
(본 내용은 2022 세계종교포럼에서 필자가 발표한 “구타원 이공주와 원불교 초기 교단사”에서 발췌, 수정하여 소개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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