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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사의 새 물결

우울한섬 2022. 2. 7. 16:59
통합의료인문학 번역총서01

의학사의 새 물결

- 한눈에 보는 서양 의료 연구사

■ 이 책은…

다양한 배경을 지닌 25명 저자들의 의학사 혹은 의료사에 대한 입장과 견해를 집약해, 의학사 이해와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동력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 책은 ‘의학사가 무엇인지, 무엇이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공유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 책은 일관성과 통일성을 추구하기보다, 의학사/의료사/의사학에 대한 다양과 관점과 주제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그러므로 때로 상반되는 저자들의 견해도 있는 그대로 실려 있다. 오늘날 그 내용이 점점 세분화되고,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으로 포괄하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의료 행위에 대한 이해와 관심, 그리고 그것을 다루는 관점과 태도를 풍부하고 깊이 있게 만드는 데 좋은 길잡이이자 동반자가 된다.

 

  • 분야 : 인문
  • 기획 :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 편저 : 프랭크 하위스만, 존 할리 워너
  • 옮김 : 신지혜, 이상덕, 이향아, 장하원, 조정은
  • 감수 : 여인석
  • 발행일 : 2022년 1월 25일
  • 가격 : 55,000원
  • 페이지 : 784쪽 (두께 36mm)
  • 제책 : 무선
  • 판형 : 152×225mm(신국판)
  • ISBN : 979-11-6629-088-6 (94000)
  • ISBN(세트) : 979-11-6629-082-4 (94000)

■ 출판사 서평

이 책은 프랭크 휘스먼(Frank Huisman)과 존 할리 워너(John Harley Warner)가 2004년에 펴낸 Locating Medical History; the Stories and their Meanings (Baltimore, 2004)를 번역한 번역서이다. 신지혜(미국사), 이상덕(서양고대사), 이향아(사회학), 장하원(과학사), 조정은(중국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 5인이 역자로 참여했으며, 연세대학교 의사학과 여인석 교수가 감수하였다.

영어로 ‘medical history’ 또는 ‘history of medicine’로 불리는 범주는 우선 우리말로 번역하는 데서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의학’ 또는 ‘의료’의 의미는 얼핏 명확해 보이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며, 그것이 포함하는 것과 그것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두고 오랜 역사에서 단 한 번도 통일적 견해가 존재한 적이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러한 통일성의 확보에 실패하는 가운데서도, 이 주제를 천착하는 노력과 과정은 단 한순간도 끊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책임 있는 의사를 배출하기 위한 필수 요건으로, 오늘날 인류 최대의 과제로 등장한 감영병과 같은 질병의 근본을 탐구하는 최선의 경로를 최고의 효율로 찾아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사람의 목숨과 건강한 삶을 취급하는 ‘의료업’의 존재 의의와 가치와 사명과 희망에 대하여 쉼 없이 성찰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지켜 나가기 위하여, 그리고 인간의 삶과 가장 밀접한 의료 부문을 통하여 인간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공감을 확장할 수 있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일이, 의학 자체에 대하여 묻고 답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영국, 미국, 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의 저자 25인이 참여하여 다양한 관점을 있는 그대로 담았다. 이들의 관점은 서로 충돌하기도 하는데 휘스먼과 워너는 서문에서 이러한 양상이 의학사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우리는 의학사가 어떻게 쓰는 것이 가장 잘 쓴 것인지, 어떤 목적을 지녔는지, 무엇을 대상으로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서로 같지 않은 사람들에게 글을 청탁했고, 그들이 주장을 과감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고 하며, 의학사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헤아린다는 가장 높은 목표 아래 토론의 발판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소개한다. 이렇듯 이 책은 의학사가 걸어온 길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전통 의사학’을 회고한다. 책에 자주 등장하는 칼 수도프, 샤를 다렝베르그, 헨리 지거리스트, 윌리엄 오슬러 등은 20세기 초 의학사의 대가로 명성을 떨쳤지만, 최근에 출판된 의학사 혹은 의료사 저작에서는 이들의 이름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정식 훈련을 받은 의사로 시작하여 의학사를 발전시킨 이 학문의 원로들이 오래전부터 주장했던 것처럼, 1부의 저자들은 의학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정한 인문학적 관점을 보여주는 이 대가들이 히포크라테스나 갈레노스 같은 과거 ‘영웅’의 전기를 쓰는 데 일생을 바쳤듯이, 1부는 이들의 ‘영웅적인 업적’에 존경을 표한다.

2부에서는 사회적 전환기의 의학사를 조망한다. 2부에서 초점을 맞추는 분야는 ‘새로운 사회사’와 그 이후에 시작된 변화로 20세기 후반기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발표된 의학사, 의료사 연구 성과의 다양한 주제와 경향을 살펴본다. 영어권 의학 학술지를 양적으로 분석한 글 외에 푸코와 캉킬렘이 의학사에 미친 영향에 대한 질적 분석을 찾아볼 수 있으며, 열대의료의 지정학적 관점도 다루고 있다.

1, 2부와 마찬가지로 3부에서도 저자 각각의 개인적인 경험이 의학사, 의료사의 발전과 어떻게 맞물리는가가 주요한 주제이다. 특히 3부는 ‘문화적 전환’ 이후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는 저자들이 중심이 된다. 이 분야를 전공하는 전문 역사가뿐만 아니라 의학, 의료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 그리고 학생을 포함한 여러 청중에 대한 글도 실려 있다. 무엇보다 의사이자 역사가인 저자들이 경험을 공유하는 글을 통해 두 개의 분야에 발을 딛고 있는 이들이 오늘날 어떤 고민을 가지고 어떤 식으로 연구를 추진하는지 알려준다.

다양한 언어로 쓴 글들을 모아 영어로 번역한 책이기 때문에 이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초벌 번역이 끝난 후에도 1년 이상 역자들이 번역어와 개념을 가지고 열띤 토론을 했으며, 때로는 의학사의 난해한 주제들에 관해서 몇 달씩 고민하는 과정을 거쳤다. 의학사의 역사를 이해하고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도록 하는데 이 책이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차례

총론: 의학사들 _프랭크 하위스만·존 할리 워너
전통 의학사의 문제 | 거울아, 거울아

제1부 전통의 시대

제1장: 의학사는 누구의 것인가? _한스-우베 람멜
-요한 뫼젠, 쿠르트 슈프렝겔, 그리고 집단기억의 기원에 대한 문제
변화하는 학계 내의 역사 서술 | 왕립의사이자 프로이센의 역사가였던 요한 뫼젠 | 식물학자이자 의학 교수, 역사 서술가인 쿠르트 슈프렝겔 | 슈프렝겔의 『연구』과 독일 역사 서술에서 ‘실용주의’의 의미 | 의학사: 기념의 도구, 정체성의 조형 도구
제2장: 샤를 다렝베르그와 동료 에밀 리트레, 그리고 실증주의 의학사 _다니엘 구르비치
다렝베르그: 의사, 사서, 원고사냥꾼 그리고 번역가 | 멘토 리트레 | 동시대인들의 눈에 비친 다렝베르그 | 시대적 맥락에서 바라본 실증주의 역사 | 오늘날의 다렝베르그
제3장: 과학 시대의 ‘교육’ _하인츠-페터 슈미데바흐
-율리우스 파겔, 막스 노이부르거, 그리고 의료문화사
실용적 의학사와 의학과의 관계 | 의학사와 문화사 | 의학사와 학술적 요건
제4장: 칼 수도프와 독일 의학사의 ‘몰락’ _토마스 뤼튼
제5장: 고대 의학 _비비안 너튼
-베를린에서 볼티모어까지
고대 의학, 독일, 그리고 고대에 관한 새로운 학문 | 바이마르의 관념론 | 볼티모어의 히포크라테스
제6장: 전문화를 위한 의학사 _엘리자베스 피·시어도어 브라운
-윌리엄 오슬러와 헨리 E. 지거리스트의 이상
윌리엄 오슬러 경: 세속적인 종교로서의 의학사 | 헨리 지거리스트: 낭만적 사회주의로서의 의학사 | 전기·유산·아이콘

제2부 지난 세대의 성과

제7장: ‘위대한 의사들 너머’ 재고 _수잔 레버비·데이비드 로스너
-의학의 ‘새로운’ 사회사 시대
왜 ‘위대한 의사를 넘어’인가 | 사회사와 의학의 함정 | 사회사 전통의 확대
제8장: 영국 의학사 연구 _로이 포터
제9장: 20세기 후반 독일과 프랑스에서의 의료사회사 _마틴 딩스
-의료사에서 보건사로
전염병학의 전환과 질병 경험·343 | 전문화, 의료화, 의료 시장 | 발상, 이데올로기, 그리고 인간행동학적 선회 | 결론
제10장: 교역 지대인가 성채인가? _올가 암스테르담스카·안야 히딩아
-의학사에서의 전문 직업화와 지적 변화
전문 직업화와 지적 변화 | 의학사의 지적 구성 | 의학사의 독자 | 결론
제11장: 규범권력 _크리스티아네 신딩
-조르주 캉길렘과 미셸 푸코, 그리고 의학사
생명의 규범성 | 임상규범의 탄생 | 사회규범의 계보학 | 의학사가 캉길렘과 푸코 | 의학사에서의 위치
제12장: 의료의 탈식민지 역사들 _워릭 앤더슨
열대지역, 열대 의료, 그리고 열대 질병 | 사회사에 열광하다 | 의료, 그리고 식민지 정체성 만들기 | 의학의 탈식민주의 역사?

제3부 문화적 전환 이후의 세대

제13장: 의료사회사의 종말을 ‘프레임’하기 _로저 쿠터
‘의료’, ‘역사’, 그리고 ‘사회’ | 로젠버그의 프레임 | 포스트-프레임, 혹은 종말의 시작의 끝
제14장: 의료 지식의 사회적 구성 _루드밀라 조다노바
역사학적 실천의 잠재력 | 오해 | 해석상의 쟁점 | 과학과 의료의 연구사 | 과정 | 후기
제15장: 주변부로부터 의미 만들기 _메리 E. 피셀
-새로운 의료문화사
도대체 문화사란 무엇인가? | 문화사와 의료사 | 의미 만들기: 미시사와 민족지학 | 패턴에서 과정으로: 페미니즘, 후기구조주의, 그리고 전용 | 수사적 형태: 언어학적 전환 후의 이야기 듣기 | 끝맺으면서, 혹은 내 후회와 씨름하기
제16장: 문화사와 사회 행동주의 학문, 정체성, 그리고 인터섹스 권리 운동 _앨리스 도머랫 드레거
제17장: 생의학의 두 문화를 넘어서기 _알폰스 라비쉬
-의학의 역사와 의학 내 역사
과거의 빛나는 예 | 의학의 역사성: 의학사의 두 가지 방식 | 에필로그
제18장: 히포크라테스 삼각형 _재클린 더핀
-역사, 임상의-역사가, 미래 의사
히포크라테스의 삼각형: 의학의 유비로서의 역사 | 임상의의 역사란 무엇인가? | 임상의-역사가: 조사연구 | 의학과 학생들: 독자로서 그들 |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배우는 역사가
제19장: 대중을 위한 의학사 _셔윈 B. 뉼런드
제20장: 분석부터 옹호까지 _앨런 브랜트
-건강정책 역사가의 경계 넘기
정책 관련 역사 | 정책 자문가 혹은 참여자로서의 역사가 | 정책 옹호자로서의 역사가 | 공공 영역에서의 역사가

 

■ 책 속으로

● 다렝베르그의 작업 지연, 실패 그리고 약점을 고려하면, 그는 결코 천재도 영웅도 아니었지만 고결한 사람이자 꾸준히 자기의 연구를 수행한 학자였다. 우리는 그가 사용하지 못했으나 조심스럽게 보관한 의학사 관련 문서들 덕을 보고 있다. 그 자료들은 이제 파리의 소중한 장서로서, 보나파르트 가에 위치한 의학아카데미에서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우리는 또한 사본을 잘 정돈한 그의 연구 결과물, 그가 집필한 장편 『역사학(Histoire)』과 학술지 및 논문에 남긴 수많은 메모에서 때로 이해하기 힘든 수많은 사실, 그리고 갈레노스의 저서 번역 같이 라틴어가 아닌 현용 언어로의 훌륭한 번역 등에서 그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그의 장서(Bibliothèque)는 “과거의 의학 거장들의 영혼을 기리는 기념비”가 되었으니, 그 길을 따라 계속 나아가는 것이 우리의 마땅한 도리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그가 실증주의라고 칭한 인문학적 신념의 확실한 부활과 관련하여 그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다렝베르그의 접근 방식이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교훈은 그가 최고의 의학사는 문헌학적이어야 한다고 믿었다는 것이며, 학생들은 그 방법을 통해 글을 잘 읽을 수 있고, 지나간 과거에 대해서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사물에 대해 깊이 알 수 있고, 차이(distinctions)와 미묘한 뉘앙스를 구별하며,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politically correct)도 거부할 수 있도록 배우고 있다. 그러한 역사의 교훈은 결국 의대생들과 신참 의사들에게 환자들의 말을 경청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다. <본문 124쪽>

● 지거리스트는 역사가들이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걸리는 질병을 조사해 과거 사회의 경제사회적 구조와 일반적인 건강 상태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사가는 지리적·물리적·사회경제적 환경을 위시한 물질적 조건을 연구한 다음에, 사회의 경제구조와 식량·물자의 생산수단, 일·여가·주거·영양의 여건 등을 분석해야 했다. 역사가는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그러한 위생적인 조치가 어떻게 계층별로 분배되었는지 알아야 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은 스스로의 건강을 보호할 다른 기회를 얻었는가? 역사가는 다양한 의료 종사자의 존재와 이들이 각기 다른 분야의 인구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해해야 했다. 또한 환자의 사회사, 의사와 환자 관계, 질병과 사회구조의 관계를 탐구해야 했다. 질병, 의료서비스, 의료 기관이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집단의 사회적 의무, 사회복지 정책, 공중보건의 발전 수준도 고려해야 했다. <본문 258쪽>

● 1970년대 중반 이후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정신의학사는 부분적으로 정신의학 그 자체만으로도, 그리고 초기에는 반(反)정신의학 운동으로 인해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15년 동안 정신병원의 역사에 관한 광범위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제 우리는 처음으로 특정 제도에 대해 충분하고도 비판적인 연구들에 관한 자료를 확보하게 되었다. 환자 기록이 컴퓨터로 분석되어 진단과 치료, 입원 정책, 입원 기간 등의 상세한 프로필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샬롯 매킨지(Charlotte Mackenzie)와 트레버 터너(Trevor Turner)는 각자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가장 안락하고 고급스러운 사설 정신병원인 타이스허스트 하우스(Ticehurst House)를 연구해 해당 기관의 경영 방식과 정신의학적 범주를 살펴보았다. 앤 딕비(Anne Digby)는 가장 권위 있는 자선 기업인 요크 리트리트(York Retreat)에 대해서 조사했다. 최근의 역사는 베들럼 정신병원(Bethlem)의 상황에 대한 선입견에 의문을 제기한다. <본문 328쪽>

● 환자에 대한 새로운 관심은 결국 다시 의료 행위로 이어진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단순한 권력관계 문제를 넘어, 지식의 사회학은 의료 행위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허용한다. 근대 초기에 시체의 의미를 두고 의사, 당국 및 일반인들 간에 벌였던 논쟁은 당시 위기에 처했던 매우 민감한 문화, 즉 사회·종교·주술적 의미로 가득 차 있던 문화적 이슈를 보여주는 특히 흥미로운 사례이다. 역사적으로 구성된 지식은 의사의 행위를 인도하고 권력관계를 형성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복잡하다. 청진기 사용의 예를 이용하여, 라흐문트(Lachmund)는 환자의 신체 내부에 대한 새로운 의학 지식이 전적으로 환자의 통제를 벗어난 상태에서 만들어졌으며, 청진기 덕분에 의사는 진찰된 객관적 의미에 대해 배타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지역적 맥락에서 일어난 의료 행위는 의사, 도구 및 환자 간의 관계에 대해 좀 더 미묘한 그림을 제공한다. 1999년에 파우레는 의학 이론과 직업 구조, 의사-환자 관계 사이의 갈림길에 놓인 치료법을 연구 분야로 개척했다. 예를 들어, 이 인간행동학적 전환은 1800년경 의사들이 특정 의약품을 받아들이는 데 환자와 의약품 생산자들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음을 입증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다시 의학사에서 권력과 지식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을 수정하도록 한다. <본문 370쪽>

● 의료와 식민주의의 관계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연구가 의료의 탈식민주의 역사를 구성하는가? 가장 기본적인 의미에서 이 연구들 대부분은 탈식민주의 연구다. 그것들은 공식적인 탈식민주의화 이후에 쓰였고, 종종 식민지에서 새로운 국가로의 이행을 암시한다. 그런 의미에서 식민지 의료의 비판적 역사조차도 의료 그 자체만큼이나 새로운 국가를 상상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결국 유엔의 모든 회원국은 세균설과 공중보건의 역사, 의료사회사를 갖게 될 것이다. 안 될 이유도 없지 않은가? 물론 전부 가능하지 않을 수 있지만, 모든 민족국가는 자신의 의료사를 보고 해석할 권리가 있다. 문제는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는 이런 국가사가 실망스러울 정도로 폐쇄적이고 자족적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식민주의와 함께 어떤 사상과 관행이 들어왔다가 그 이후에는 좀처럼 유통되지 않는 것을 목격한다. 이렇듯 급증하여 꼼꼼하게 자리 잡은 의료사회사에는 대개 예측 가능한 어조와 목적론이 있다. 더 일반적으로 국가사를 쓰면서, 디페쉬 차크라바티(Dipesh Chakrabarty)는 “모든 다른 역사는 ‘유럽의 역사’라고 불릴 수 있는 하나의 내러티브를 변주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본문 470쪽>

● 사회 구성주의는 건강·의료·치유를 연구하는 역사가에게 귀중한 관점이다. 물질적 삶을 무시하기는커녕, 이 삶을 이데올로기·이미지·관념과 통합하는 유일한 접근 방법인 것이다. 사회 구성주의가 효과적인 이유는 다른 접근 방법을 약화시키는 완고한 양극성(rigid polarity)을 삼가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이론과 아카이브(archives, 역사적 자료-역주)가 완전히 호환 가능하다. 여기서는 관념이 실천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여기서는 과정을 강조하여 내재적 요소와 외재적 요소, 내용과 맥락, 좋고 나쁜 과학 간의 비생산적인 분류를 저지한다. 이론적 주장은 거의 없지만 동일한 질문을 다루는 사회사와 이론적 주장이 있는 사회 구성주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치유와 병을 둘러싼 행위는 너무도 분산되어 있어서 지역주의를 조절하지 않으면 일화 중심의 역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이러한 문제를 가장 선호되는 대체품인 종교·사회정책·자선 같은 비의료적 틀 안에 넣는 것인데, 특정한 사례에서는 괜찮지만 아마 건강과 질환이 전체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보여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문제는 정말 중요하다. 왜냐하면 의료가 반감과 동의를 반영하고 도덕적 가치를 자생적인 형태로 표현할 가장 강력한 수단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질병과 건강의 이미지가 개인과 집단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국가, 심지어는 대륙에서도 강력한 힘을 지닐 때는, (안그런 때가 있나?) 관념을 분석할 방안이 필수적이다. 사회 구성주의자는 관념을 강조한다. 다른 모든 것의 중요성을 부인하기 위해서도, 엘리트 집단의 영향을 과장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이들이 태고의 힘을 절실하게 이해하기 때문이다. 관념은 중재자로서 작동하고, 의식과 무의식 둘 다의 경험을 형성하며, 조직과 사회생활에서 역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의료가 지니는 사회적·문화적 특성을 낱낱이 밝혀내기 위해서는 보건이든 질환이든 치유든 간에 관념을 정말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역사적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사회 구성주의만이 이 작업에 지원했다. 앞으로 할 일은 사회 구성주의가 이를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본문 552쪽>

● 오늘날 의학사의 존립을 막는 가장 위험한 위협은 주제 그 자체와 인문학 내의 다른 발전으로부터 나온다. 의학의 역사는 다시금 역사 서술에서 적절한 수준의 방법론을 구사하기 직전이지만, 의학의 역사가 필요로 하는 의학 자체의 관심을 잃을 위험에 처해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의학 교육의 필수 부분으로서의 의학사는 의과대학으로부터 멀어질 위기를 맞고 있다. 의학에 의미를 부여하고 행동하게 하는 요소는 인문학에 빚을 지고 있는데, 이것이 점차 의료윤리에 좌우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의학과 마찬가지로 의료윤리는 본질적으로 사례 중심적이다. 그러므로 의료윤리가 의학 지식과 실제행위에서 연속성과 변화라는 시간적 차원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예외적인 사례에서뿐이다. 나치 의학에 특별한 의료윤리가 있었다면, 의료윤리에도 그만의 역사성이 있다. <본문 662쪽>

● 역사가가 무엇을 주장하는지뿐만 아니라, 어디서, 즉 어떤 맥락에서 주장하는지도 중요하다. 매 세대 새로운 해석과 수정이 생겨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우리의 학문적 연구에 진실보다 더 큰 목표는 없다. 학문의 세계는 자유로운 질의와 논쟁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법원은 진실에 전념하면서도 경쟁적 주장을 심판하기 위한 대립적, 절차적 장치로서 구성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역사적 사실과 해석은 근본적으로 그것이 제시되는 맥락에 의해 형성된다. <본문 745쪽>

■ 기획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_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간 중심 가치를 정립할 수 있는 통합의료인문학의 구축과 사회적 확산을 목표로 연구와 실천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인문학 지식의 대중화에 힘쓰고 지역사회의 인문학 발전에 기여하고자 지역인문학센터 <인의예지>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 편저자

프랭크 하위스만 _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 의학센터 교수, 마스트리흐트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존 할리 워너 _ 미국 예일대학교 의사학과 아발론 교수, 역사학과/ 미국학과 교수

■ 옮긴이

신지혜 _ 전남대학교 역사교육과 조교수
이상덕 _ 경희대학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HK교수
이향아 _ 경상국립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
장하원 _ 서울대학교 BK21 4단계 대학원혁신사업단 BK조교수
조정은 _ 경희대학교 사학과 조교수,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일반연구원

■ 감수

여인석 _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사학과 교수, 의학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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