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들 책이야기

한국에는 한(恨)의 정서, 일본에는 모노노아와레

우울한섬 2016. 6. 23. 14:40

모노노아와레(일본어: もののあはれ,もののあわれ,物の哀れ)란 일본 헤이안 시대의 왕조문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문학적 미적 개념, 미의식의 하나이다. 직역 또는 의역하여 사물의 슬픔, 비애의 정등의 의미를 갖는다. 보고 듣고 만지는 사물에 의해 촉발되는 정서와 애수, 일상과 유리된 사물 및 사상과 접했을 때, 마음의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적막하고 쓸쓸하면서 어딘지 모르게 슬픈 감정등을 말한다. 에도 시대의 대표적인 국학자인 모토오리 노리나가가 겐지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처음으로 주창하여 겐지 이야기를 모노노아와레의 정점에 있는 작품으로 평가하였다. 에도시대에는 유교의 영향에 의해 유교의 권선징악이라는 개념에 의해 헤이안 시대의 문학을 평가하는 시기가 있었다. 모노노아와레는 그러한 유교적 기준을 부정하고 일본고유의 미의식의 재발견이라는 목적하에 제시된 개념이었다. - 출처: 위키백과, CC BY-SA

최근 출근된 모들아카데미 시리즈 네 번째 책, 《모노노아와레(もののあはれ)》.
모토오리 노리나가(本居宣長)의 《겐지 모노가타리 다마노오구시(源氏物語 玉の小櫛)》 1~2권과 《이소노카미 사사메고토(石上私淑言)》을 한국어로 옮긴 책입니다.
200여 년 전 저술의 번역에는 김병숙, 이미령, 배관문, 신은아, 신미진 님이 참여하였습니다.

그중 배관문 선생님과 간단한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1. ‘모노노아와레’란 단어가 매우 생소합니다. 이 책의 제목인 ‘모노노아와레’에 대해 정의해 주세요.

‘모노노아와레(物の哀れ)’라 쓰면 한자 때문에 ‘사물의 비애’ 정도로 번역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모토오리 노리나가의 설명에 따르면 ‘아와레(あはれ)’라는 말은 원래 ‘아아’와 같은 감탄사이고, 거기에 ‘모노(もの)’라는 접두사가 붙은 것이라고 합니다.
즉 ‘모노노아와레’를 안다는 것은 어떤 사물이나 상황에 접했을 때 그 정취를 깊이 헤아려 절로 ‘아아’ 하며 감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반드시 비애에 한정되는 말이 아닌데, 후대에 쓸쓸한 정취에 많이 쓰임에 따라 ‘애상감’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모토오리 노리나가가 이 개념을 일본 노래와 모노가타리의 본질이라고 규정하면서 일본적 미학 이론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 국내 독자들에게 ‘모노노아와레’의 어떤 점을 알리고 싶은가요?(가치적인 측면 포함) 특히 이 책이 한국 문학(문화)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시는지요.

‘모노노아와레’를 ‘일본적’이라고 한 것은 이 미적 관념이 에도 시대에 지배적이었던 유학적 사고에 대한 안티테제로 등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모토오리 노리나가의 ‘모노노아와레’설이 당시 대단히 큰 반향을 일으켰다거나 주도적 의견을 바꿀 만큼 영향력이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일본 국문학에서 하나의 거대한 테제가 된 것은 근대에 들어와, 특히 1930년대에 유행한 일본인론이나 일본문화론과 결합하면서부터입니다.
일찍이 최남선이 이에 대응하여 조선에는 ‘한(恨)’의 정서가 있다고 논하기도 했습니다. ‘한’이 과연 ‘한민족’ 고유의 정서인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듯이, ‘모노노아와레’가 ‘일본인’의 미적 감수성이나 ‘전통적’ 미의식을 대표하기까지는 많은 역사가 있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3. ‘모노노아와레’는 일본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에 녹아 있는 경우가 많아 일본 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사례가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아마 일본인에게 ‘모노노아와레’가 뭐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뭐라 설명할 수는 없으나 일본인이라면 심정적으로 알 수 있다”고 답할지도 모릅니다.
인생무상의 덧없음을 운운하며 벚꽃이나 무사도가 떠오른다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최근의 예를 하나만 든다면, 2013년에 휴고상을 수상한 “Mono no aware”는 중국계 미국인 켄 리우(Ken Liu)가 쓴 SF 소설의 제목인데, 행성 충돌로 인류가 전멸의 위기에 놓인 시점에 마지막으로 생존한 일본인을 주인공으로 이 표현을 쓰고 있다는 것이 상징적이죠.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는 인류 멸망의 순간에 일본 TV에서는 만화영화가 방영되고 있는 장면도 나옵니다.
그야말로 ‘일본적’인 것에 대한 우리의 정서적인 거부감이 어쩌면 이 책을 읽어나가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4. 선생님께서 ‘모노노아와레’에 매료된 계기나 번역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모노노아와레’설을 주장한 모토오리 노리나가는 ‘일본적’인 사고의 원형으로 손꼽히는 국학(國學)을 집대성하여 완성시킨 인물입니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일본 국수주의나 보수주의 사상의 원류로 종종 이야기되고, 그런 맥락에서 일본 비판의 표적으로 주목되기도 하고요.
물론 앞에서 강조했듯이 근대 이후 서양의 미학을 응용한 다양한 ‘모노노아와레’ 담론과 원래 노리나가가 주창한 것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만, 노리나가의 설에 이미 일본주의적 사고의 기본 틀이 배태되어 있었음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이 책을 읽다 보면 일본 문학의 고유성에 대한 논의가 어느 순간 일본의 국호나 일본인의 심성에 관한 논의로 비약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좀 더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일본 노래(和歌)도 그 본질은 한시(漢詩)와 같다는 보편성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지점이죠.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멀리하고 꺼려왔던 일본 국학의 핵심을, 근현대 일본으로 연속 혹은 단절되는 측면을 포함하여 제대로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번역하게 되었습니다.


5. 번역하는 데 3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공동번역이라 조율하기가 어려웠으리라 예상됩니다. 어떤 점에 역점을 두셨는지요?

국학자들의 저작은 대개 고전 연구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주석 내지 논평의 대상으로 삼은 고전 작품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 책은 일본 고전문학 전공자들이 함께 번역한 만큼, 저작에 인용된 원문에 대해 일일이 해설을 달아 참고하기 쉽도록 구성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윤문하면서 다듬는 과정이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고, 결국 초고의 형태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 것은 애당초 끊임없이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저자의 어투 때문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싶습니다.

6. 앞으로 다른 번역이나 유사 작업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지요?

현재 이 책에 들어가 있는 《겐지 모노가타리 다마노오구시》와 같이 모노가타리 비평이라는 점에서 짧지만 의미가 있는 《무묘조시(無名草子)》라는 고전 작품을 함께 번역 중입니다.
한편 모토오리 노리나가의 저서는 그 중요성에 비해 아직 국내에는 본격적인 번역서가 별로 없어서, 시간과 역량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소개하려 합니다.
전공자로서 일종의 의무감을 느끼면서도 여태껏 부담감에 미루고 또 미뤄왔지만, 자신의 부족함이 탄로날까 두려워 책을 내지 않는 것이야말로 나태한 교만이라는 누군가의 말씀에 반성하고 있거든요. 독자들의 냉정한 반응을 겸허하게 기다리며 계속 작업해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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